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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시엔느

에리크 사티가 피아노 독주 작품 'Gnossiennes'를 작곡한 것은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에 있던 카바레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던 19세기 말이었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감돌던 파리 음악원을 그만두고, 군대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제대한 뒤였죠. 이 시기 그는 'Gnossiennes'와 더불어 또 다른 대표작 'Gymnopédies'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Gnossiennes'의 악보에 나온 지시어는 독특합니다. '놀라움을 가지고', '확신과 절대적 슬픔을 가지고'라는 알쏭달쏭한 주문이 있는가 하면, '매우 기름지게', '혀끝으로', '구멍을 파듯이' 같은 희한한 지시어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악보에는 박자와 세로줄도 없습니다. 기존의 음악적 관습을 거부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티는 거창하고 대단한 예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작곡가였습니다. 장대한 음악적 구조나 화려한 장식 대신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멜로디가 사티 음악의 중심을 이룹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듯 이어지는 'Gnossiennes'는 그의 예술관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고 외롭지만 분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티의 피아노 소리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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